혹시 "술 잘 마시는 건 자랑이야!"라고 생각하며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가끔 스트레스받는 날이면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해지곤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EBS '명의'에서 방영된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 - 알코올성 치매' 편을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술 때문에 내 기억뿐만 아니라, 내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혹시 나도?" - 자꾸만 깜빡깜빡한다면 의심해보세요
필름 끊김(블랙아웃), 단순한 실수일까요?
"어제 어떻게 집에 들어왔지?" 술 마신 다음 날, 기억의 일부가 통째로 사라지는 '블랙아웃' 현상,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을지도 몰라요. 저도 예전에는 그냥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생긴 해프닝 정도로 가볍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건 뇌가 보내는 심각한 경고 신호였어요! 알코올이 우리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의 기능을 마비시켜, 새로운 기억이 아예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건, 알코올이 뇌에 지속적인 손상을 주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40~60대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비극
최근 EBS 방송에 소개된 50대 사업가 A씨의 사연은 정말 남일 같지 않았어요. 사업상 잦은 술자리를 가졌던 그는 막걸리부터 소주까지, 주량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마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어제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심각한 기억력 문제를 겪게 되었죠. 심지어 익숙한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결국 '초기 알코올성 치매' 진단을 받았어요.
알코올성 치매는 보통 노년기에 찾아오는 다른 치매와 달리,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40대에서 60대 초반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입니다. 한창 일하고 가정을 이끌어야 할 나이에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죠.
알코올성 치매 초기 증상, 미리 확인해보세요
-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일이 잦아졌다.
- 최근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되묻는 경우가 많다.
-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사소한 일에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 날짜나 요일을 헷갈리기 시작했다.
-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 술 마시는 양이나 횟수를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다.
이런 증상 중 여러 개가 해당된다면,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를 망가뜨리는 술, 도대체 왜 치매까지 부를까요?
알코올성 치매는 일반적인 노인성 치매와는 원인부터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뇌가 늙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술이라는 명확한 원인이 뇌를 직접 공격해서 발생하는 질환이에요.
알코올의 직접적인 뇌세포 파괴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과 그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강력한 독성 물질입니다. 이 물질들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다가 뇌에 도달하면, 뇌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고 뇌의 전반적인 부피를 줄어들게 만들어요. 특히 판단력, 계획,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큰 손상을 입습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보면 장기간 과음한 사람의 뇌는 정상인에 비해 확연히 쪼그라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말 무서운 일이죠?
영양 불균형이 초래하는 '베르니케 뇌병증'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어요. 바로 '베르니케 뇌병증'이라는 급성 신경계 질환입니다. 이건 과도한 음주로 인해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B1(티아민)이 심각하게 결핍되어 발생하는데요, 알코올성 치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70대 남성 B씨는 술을 물처럼 마시다가 자꾸 넘어져 팔이 부러져 병원을 찾았다고 해요. 정밀 검사 결과, 그는 베르니케 뇌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병은 보행 실조(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는 증상), 안구 운동 장애, 의식 혼미라는 3대 특징적인 증상을 보입니다.
왜 술꾼에게 비타민 B1이 부족할까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몇 가지 이유로 비타민 B1 결핍에 시달리기 쉬워요.
- 영양가 없는 식사: 술로 배를 채우고 안주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흡수 방해: 알코올은 소장에서 비타민 B1이 흡수되는 것을 직접적으로 방해합니다.
- 분해 촉진: 알코올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체내의 비타민 B1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즉,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니 결핍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베르니케 뇌병증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뇌 손상이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질환입니다.
희망은 있을까? 알코올성 치매 치료와 예방법
"그럼 한 번 걸리면 끝인가요?" 하고 절망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알코올성 치매는 다른 치매와 달리 '가역성', 즉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있습니다. 물론, 조기에 발견하고 올바른 치료를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예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치료법: 완전한 단주
알코올성 치매 치료의 시작과 끝은 '완전한 단주'입니다. 뇌에 독을 계속 붓고 있으면서 회복을 바랄 수는 없겠죠. 술을 끊는 것만으로도 뇌 손상의 진행을 막고, 일부 인지 기능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60대 환자 C씨는 매일 소주 3병을 마시다 알코올성 치매 진단을 받고도 술을 끊지 못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해요. 40년 전을 현재로 인식하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너무나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비타민 B1 보충과 전문적인 재활 치료
베르니케 뇌병증이 의심되거나 진단된 경우에는 즉시 고용량의 비타민 B1을 주사로 공급해야 합니다. 초기 단계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신경학적 증상들이 극적으로 호전될 수 있어요. 이와 함께 손상된 인지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전문적인 인지 재활 치료, 정신과적 상담, 균형 잡힌 영양 공급 등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혼자의 의지만으로는 단주가 어렵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 치료 기관이나 자조 모임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가장 좋은 예방은 '절주'와 '건강한 음주 습관'
결국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겠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저위험 음주량은 남성의 경우 하루 4 표준잔(소주 약 4잔) 이하, 여성은 하루 2 표준잔(소주 약 2잔) 이하입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한 음주량은 '0'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해요.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꼭 식사를 챙겨 드시고, 물을 충분히 마셔주세요. 그리고 술 없이도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운동이나 취미 생활처럼 말이에요.
오늘 이야기가 조금 무겁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술 잘 마시는 게 자랑"이 아니라 "술을 건강하게 조절할 줄 아는 게 자랑"인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나 자신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오늘부터 술잔을 조금 멀리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