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고 힘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신 모든 분들께 먼저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대단하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제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할 때쯤, '재발'이라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 때가 있죠. 몸의 회복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우리 '마음'의 건강인데요.
실제로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 같은 감정들이 유방암의 예후나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요. 이건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체계와 호르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그래서 유방암 재발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마음을 어떻게 돌보고 관리해야 할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 스트레스와 유방암의 관계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 정말 많이 들어보셨죠? 하지만 유방암을 경험한 우리에게 스트레스는 조금 더 특별하고 무겁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는 '코르티솔'이나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요. 이건 위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투쟁-도피' 반응인데요. 문제는 이런 스트레스가 일시적이지 않고 만성적으로 지속될 때 발생합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NK세포(자연살해세포)의 활성도를 떨어뜨리고, 염증 반응을 촉진해요. 면역력이 약해지면 우리 몸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힘도 자연스레 약해질 수밖에 없겠죠. 한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심리적 스트레스는 암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inflammatory cytokines)'의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무서운 이야기죠?!
유방암 환우가 겪는 특별한 스트레스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는 단순히 회사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는 차원이 좀 달라요.
- 재발에 대한 끊임없는 공포: '혹시 재발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괴롭혀요.
- 신체 변화로 인한 상실감: 수술로 인한 신체 변화, 항암치료 후의 외모 변화 등은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 치료 후유증 관리: 림프부종, 만성 통증, 피로감 등 몸의 불편함이 계속해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관계: "이제 다 나았으니 괜찮지?"라는 주변의 무심한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하죠.
이런 복합적인 스트레스 요인들이 우리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의 감기, 우울과 불안이 보내는 위험 신호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우울과 불안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기 쉬워요. 이건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게 절대 아니에요. 힘든 상황 속에서 우리 뇌와 몸이 보내는 당연한 위험 신호랍니다.
우울감, 단순한 슬픔 그 이상이에요
유방암 환자의 약 25%가 주요 우울장애를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어요. 이건 일시적으로 기분이 안 좋은 것과는 달라요.
- 예전에 즐거웠던 일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무쾌감증, anhedonia)
-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혹은 아예 잠을 못 이루고
- 식욕이 뚝 떨어지거나, 반대로 폭식을 하게 되고
-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울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병원 방문을 미루거나 약 복용을 거르는 등 치료 순응도를 낮춰 예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끝나지 않는 걱정, 불안이라는 그림자
불안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죠. 특히 정기검진 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피가 마르는 듯한 불안감, 이른바 '스캔자이어티(scanxiety)'를 많은 분들이 경험해요. 몸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혹시 암이 재발한 건 아닐까?' 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요.
이런 불안 증세 역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우리 몸을 계속 긴장 상태로 만들고, 면역 체계를 교란시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몸도 회복될 틈이 없는 것이죠.
정신종양학적 관점: 마음과 암은 연결되어 있어요
최근에는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이라는 분야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암 환자의 심리적, 사회적, 행동적 요인이 암의 치료 과정과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이 분야의 수많은 연구들은 한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암을 치료할 때, 환자의 마음을 함께 돌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이에요.
마음 돌봄, 오늘부터 시작하는 5가지 실천법
그렇다면 이 힘든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거창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오늘부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분명히 있어요.
1. 내 감정 솔직하게 인정하고 표현하기
"괜찮아, 난 강해야 해"라며 억지로 감정을 누르지 마세요. 힘들면 힘들다고, 무서우면 무섭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는 것도 좋고, 비슷한 경험을 한 환우들과의 모임(자조모임)에서 소통하는 것도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혹은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다면, 나만의 노트에 솔직한 감정을 매일 적어보는 '감정 일기'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2. 몸을 움직여 마음의 활력 찾기
운동은 천연 항우울제라는 말이 있죠. 꼭 힘든 운동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하루 30분 정도 가볍게 동네를 산책하거나, 스트레칭, 요가 등을 통해 몸을 부드럽게 움직여 보세요. 몸을 움직이면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져서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3. 나를 위한 건강한 쉼, 명상과 호흡
불안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잠시 멈춰 서서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조용한 곳에서 편안하게 앉아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쉬는 복식 호흡을 5분만 해보세요. 스마트폰 명상 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복잡한 생각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내 호흡에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4. 건강한 식단과 충분한 수면의 힘
우리가 먹는 음식이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가공식품이나 단 음식보다는 항염증 효과가 있는 신선한 채소, 과일, 등푸른생선 위주의 건강한 식단을 챙기는 것이 중요해요. 또한, 하루 7~8시간의 질 좋은 수면은 스트레스로 지친 뇌와 몸을 회복시키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니, 꼭 숙면을 취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5.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 받기!
마음의 힘듦이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심리 상담사를 만나는 것은 결코 부끄럽거나 나약한 일이 아닙니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듯, 마음에 감기가 들면 병원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인지행동치료(CBT)와 같은 심리 치료나 필요시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유방암 재발 막는 방법 동영상 숏츠]
여러분의 여정은 결코 혼자가 아니에요. 몸의 상처를 치료했듯, 마음의 상처도 따뜻하게 보듬고 돌봐주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부터라도 나 자신을 위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